2026. 04. 10 - 05. 09
Park Sebin 박세빈
박세빈의 회화는 눈에 보이는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감각과 내면의 시간을 길어 올린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재료를 넘나들며 구축한 화면 위에 ‘빛’과 ‘온도’라는 비가시적 요소를 스며들게 하고, 이를 통해 삶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상징적 풍경으로 환기한다. 이번 전시 《Peace from Above》는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진실’과 ‘평안’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한층 응축된 형태로 제시한다.
인간은 언제나 현재라는 순간 위에 서 있지만, 동시에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내면의 열망을 지닌 존재다. 작가는 이 이중적인 상태를 ‘몸’과 ‘영혼’의 긴장으로 풀어내며,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는 삶 속에서 우리가 갈망하는 ‘인도’와 ‘평안’을 화면에 담아낸다. 이는 각자의 기억과 감정 속에서 재해석되는 열린 풍경으로 존재한다.
전시를 구성하는 21점의 회화와 영상 작업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성된 장면들이다. < 기억의 온도 >와 시리즈로 확장된 이미지들은 일상의 단편에서 출발하거나, 내면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상징적 풍경으로 나타난다. 이때 화면을 채우는 색채는 사실적 재현을 따르지 않고, 심리와 정서를 반영한 주관적 색감으로 조율된다. 층층이 쌓인 안료의 결은 동양화 특유의 스밈과 평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간의 축적과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드러낸다.
박세빈의 작업에서 ‘빛’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모순과 혼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과 영원의 은유로 기능한다. 이는 특정 종교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로 확장된다. 작가가 포착한 풍경은 정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묻고 찾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열리는 ‘길’에 가깝다.
《Peace from Above》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서 감각되고 발견되는 평안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면 위에 머무는 빛과 색,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정서는 관람자로 하여금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전시는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과 아직 도달하지 못한 감정의 층위를 조용히 환기하며, ‘평안’에 이르는 여정을 사유하게 한다.